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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자존감과 부의 욕망: ‘한’으로 읽는 문화심리학의 진단 (한민 교수)

shine's diy 2025. 4. 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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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격변을 겪으며, 사회의 근본 구조 자체가 갈아엎어진 나라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한국인에게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동기와 함께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는 이러한 심리적 흐름을 '한', '자존감', '표출형 문화' 등의 키워드로 풀어냅니다.

한국과 일본, 전혀 다른 동기 구조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며, "나 누군 줄 알아?"와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듯 자기표현에 적극적입니다. 반면 일본인은 공동체의 조화를 해치지 않기 위해 자기를 감추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곧 자아 인식과 타인과의 관계 맺는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부를 향한 열망과 박탈감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빈곤 국가였던 경험과, 고도 경제 성장의 성공 사례를 동시에 가진 독특한 구조를 가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부를 축적해 왔고, 이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남과 비교하면서 '나는 왜 안 되지?'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졌습니다. 이른바 '벼락거지', '연끌', '비투' 등의 현상이 바로 그 산물입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서양의 신분 구조 비교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신분 구조가 해체되었고, 누구든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은 전통적인 신분제가 뿌리 깊이 남아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부를 쌓았다고 해도 혈통이나 지역 기반의 신분은 쉽게 넘어설 수 없으며,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말투만으로도 출신 계급이 드러날 정도입니다.

한국인의 돈에 대한 인식: 가질 수 있다는 믿음

한국인은 돈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는 일본이나 서양과 크게 다른 부분입니다. 일본인은 버블 붕괴 이후 '큰 돈은 나와 상관없다'는 체념을 하게 되었고, 서양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나 계층 고정 문화가 존재하여 박탈감이 덜합니다. 반면 한국인은 부자에 대한 위화감을 느끼고, 재벌의 소비 방식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한’과 ‘우라미’: 부당함을 대하는 감정의 차이

한국인의 대표 감정인 '한'은 부당함에서 비롯됩니다. 과거에는 신분제 사회 속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체념하고 넘어갔지만, 현대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분노, 하소연, 자기계발 등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분노 범죄로도 나타납니다. 일본에는 유사한 감정으로 ‘우라미’가 있지만, 이것은 방향을 잃은 억울함으로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는 상태에 가까우며, 히키코모리 현상처럼 은둔으로 나타납니다.

칭찬과 자존감: 한일 양육의 차이

한국 부모들은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칭찬을 많이 합니다. "우리 새끼 기죽이지 마라", "넌 잘할 수 있다"는 말로 성장한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고, 타인의 무시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반면 일본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겸손과 공동체의식을 교육하며, 칭찬보다는 공적 책임감을 강조합니다.

자녀와 미래에 대한 인식 차이

한국인은 오랜 세월 자녀를 미래의 희망으로 생각해왔습니다.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교육에 몰두하고, 자녀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반면 일본은 멸사봉공의 가치관을 강조하며, 개인보다는 집단과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합니다.

현대 한국인의 삶: 나다운 길을 찾는 여정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입니다. 부자가 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면 그 길을 걸어야 하겠지만, 단지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잣대를 따라가느라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사는 것은 오히려 자기답지 않은 삶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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